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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원동 막걸릿집 복덕방 방문기
    서울 탐방/알콜 2020. 6. 22. 00:25

    복 덕 방

     

    이번 토요일 계획에 없던 복덕방 방문에 성공했다. 원래는 웨이팅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뜻밖에도 오픈 5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세 번째로 입장했다. 마침 7시에 예약을 해 둔 나띠에 가기까지 시간이 애매했는데 다행이었지. 코로나 시국 때문에 입장 전에 체온을 체크하고 손 소독제까지 제공해 주었다. 이런 모습은 믿음직스러웠다(물론 매장 내에서 사장님 및 가족 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점은 좀 별로였지만). 

     

    처음부터 너무 예상치 못한 콘셉트를 보여 주어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손님들의 1차 입장이 끝나자 사장님은 모두에게 집중을 해달라 부탁한 뒤 가게의 철학, 음식 및 술에 대해 설명했다. 갑자기 견학생이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는 메뉴판이 직접 손으로 작성하여 세 개뿐이라며 입장한 순서대로 메뉴판을 나눠주었다. 가독성이 조금 아쉬운 메뉴판이었는데 여기만의 개성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대충 모든 테이블의 주문이 완료되자 이번에는 술을 꺼내서 이 술은 어떻고 저 술은 어떤 느낌이다 이런 설명을 한꺼번에 하기도 했다. 그러자 자연스레 쏟아지는 손님들의 박수갈채.... 범상치 않은 곳임에 틀림없다. 

     

     

     

    사장님이 적극 추천한 육회를 메인으로 삼고, 서브로 메밀전병을 시켰다. 시키기 전에는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온 걸 보니 양이 상당해 보였다. 다른 테이블의 다른 요리들을 봐도 대부분 양이 적지 않아 보여서 안주 가성비는 괜찮은 듯하다. 오히려 막걸리 라인업의 절대적인 개수 자체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개수가 부족해도 최대한 맛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을 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은 점이 아쉬웠다. 물론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메이저한 취향 위주로 공략하는 게 맞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어쨌든 육회와 메밀전병 모두 만족스러웠다. 간이 별로 세지 않다는 점이 특히 맘에 들었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멸치볶음, 그리고 메밀전병과 함께 나온 시금치 나물도 공깃밥을 부르는 맛이었다. 역시 어머님의 손맛이란! 아리랑 막걸리는 시면서 달지 않은 막걸리를 원해서 추천 받은 것으로 현재 판매 중인 막걸리 중에 사장님의 최애 막걸리라고 한다. 나쁘지 않았는데 내 입맛에는 약간 끝 맛이 아쉽긴 했다. 처음에는 레몬이나 파인애플이 떠오르는 신 맛이 아주 매력적인데 나중에 이게 갑자기 호다닥 사라져 버린다. 이때 뭔가 다른 맛이 이 빈 공간을 채워 주면 훨씬 더 좋겠다 싶었다. 그다음에는 좀 더 청량한 막걸리를 먹고 싶어서 선호 막걸리를 추천받았다. 7.8에서 처음 먹었을 때에는 암바사 먹는 기분이었던 것 같은데 그 뒤로 마실 때마다 실망하게 되는 이상한 술이다.

     

    복덕방의 가장 큰 특징은 요리와 술의 페어링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테이블마다 안주 및 예상 병 수에 따라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막걸리 페어링을 해 준다. 예컨대 "육회와 떡갈비를 시킬 거고 오늘 세 병 정도를 마실 거예요."라고 사장님에게 말해 주면 적당히 처음에는 이걸 마시고, 중간에는 저걸 마시고, 마지막에는 이걸 마시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주문이 자동으로 이어진다. 사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운영 방식이긴 하다. 취향에 맞게 사장님이 막걸리를 골라 주기 때문에 분명 맛에 실망할 확률은 낮다. 하지만 그만큼 손님 입장에서는 결정권을 뺏긴 것이기도 하다. 우리도 두 번째 막걸리로 청량한 느낌을 원한다고 했더니 냉장고에서 바로 선호 막걸리를 꺼내와서는 흔들고 오픈해서 따라주는데 왠지 속수무책으로 이 막걸리를 마셔버리게 되는 기분.... 그래도 떡갈비가 궁금해서 또 와보고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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