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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희동 비노테카: 글라스 루프탑 마켙 이야기
    서울 탐방/알콜 2020. 6. 8. 23:58

    연희동 골목길에 보물 같이 숨어 있는 와인샵 비노테카. 테루가 최근 수술을 하는 바람에 깔대기 보호대를 쓰고 있었다.

    비노테카는 연희동에 위치한 와인샵으로 나와 김 선생이 처음으로 내추럴 와인을 구매한 곳이기도 하다. 내추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할 때에는 자주 드나들었지만 위치가 애매한 탓에 최근에는 발길이 뜸했다(사실 신촌역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진짜 비노테카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그러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갑작스레 글라스 루프탑 마켙 공지가 올라왔고 토요일 오후에 바로 방문했다. 

     

    마켓은 3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3시 5분. 계단을 올라가니 테루와 아델이 바로 등장했다. 너무 행사 시작에 맞춰 왔나 싶어서 민망한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팀이 여럿 있었다. 다들 이미 손에 와인 잔을 하나씩 들고 말이다🍷. 정말 오랜만의 방문인데도 두 사장님 모두 아주 반갑게 맞아 주셨다. 여느 때처럼 와인을 설명할 때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면서도 핵심을 잘 짚으신다(물론 '펑키함'의 기준은 약간 다른 듯하다). 가게 안에서 한창 와인을 마시는데 갑자기 백현진 아저씨가 깜짝 등장했다. 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 알고 보니 가게에 제법 자주 오신다고.

     

    이날 루프탑 마켓은 글라스 와인 가격이 바틀 테이크아웃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었다. 그래서 보통 와인바나 가게에서 마실 때보다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다. 워낙 추천을 잘해주시니 이 와인도 궁금하고 저 와인도 궁금하고 모두 마셔 보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정말 다 마실 수는 없으니 나름 엄선하여 7종의 와인을 마셔 보았다.

     

     

    오른쪽 글라스는 아마 참새 와인이랑 당나귀 와인 마실 때 찍은 사진 같다.

     

    가장 비싼 루시마고의 와인은 기대보다 무난한 느낌. 그리고 기대했던 폴라니 안티코도 생각보다는 과실 노트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리니 제오르제아의 제로 오또 오렌지는 이 가격대에서 느낄 수 없는, 좀 더 상위 라인업 오렌지와인에서 느껴질 법한 깊은 풍미가 있었다. 레 코스테 와이너리와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지다보니 레 코스테 와인과 비슷한 맛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번 고래바 시음회에서도 맛있게 먹었던 레몬 머리는 이날 시원하게 마시니까 훨씬 더 좋았다. 사장님 말로는 일주일 정도 열어 놨더니 나중에 인삼, 홍삼 같은 맛이 났다고 했는데, 이날 24시간 정도 열어 놓은 상태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정말 홍삼 비슷한 독특한 맛에 삼키고 나면 입 안에 남는 누룽지 맛까지 아주 좋았다.

     

    일곱 잔을 꿀꺽한 뒤, 뜻밖의 발견이었던 제로 오또의 레드 버전을 하나 구입하고 나왔다. 맥주도 그렇고 와인도 그렇고 신경 안 쓰다 보면 어느새 온갖 신상품이 나와서는 괜히 궁금증을 돋우는데, 비노테카의 루프탑 마켙은 여러 와인을 조금씩 마셔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모든 와인에 칠링을 해 둬서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방문이었지만 역시나 뭐랄까 구관이 명관이라 해야 하나. 우리가 비노테카를 왜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스페셜 와인 뽀 유"라니, 비노테카와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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