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탐방/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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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막걸릿집 7.8서울 탐방/알콜 2020. 5. 28. 00:46
막걸릿집이라고 하면 두레박, 동학, 머루와 다래 같은 이름과 사장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서울대입구 부근의 '잡' 같은 가게는 나름의 젊은 콘셉트로 막걸리를 선보였다. 오히려 당시의 우리나라 막걸리 씬이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제는 '크래프트 정신'으로 빚는 우리 술이 많아지면서 막걸리도 점점 더 젊어지고 뚜렷한 개성을 지니게 되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막걸릿집 역시 새로워지고 있다. 전체 씬이 활기를 띠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을지로에 위치한 7.8은 크래프트 정신으로 무장한 막걸리를 접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지난 글(보리마루 탭하우스에서 DOK 막걸리를)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는 곳이다. 사실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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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아마 방문기서울 탐방/알콜 2020. 5. 26. 23:32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 망원동. 망원동에 오면 반드시 들르다시피 하는 가게가 바로 '아마'다.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을 취급하는 곳이며 사장님이 바텐더 경력이 있어서 다양한 칵테일 메뉴도 마련되어 있다. 어느 날 망원동으로 놀러 가는 길에 '망원동 내추럴 와인'으로 구글링 해서 찾은 곳인데, 이제는 사장님과도 제법 친해졌을 정도로 나름 단골손님이 되었다.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서면서 해가 꽤나 길어졌다. 아마에는 보통 저녁식사를 마치고 갔기 때문에 주변이 어두웠던 기억이 많은데 이날 아마를 찾았을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의 아마는 훨씬 더 매력있는 공간이었다. 가게 안팎으로 놓인 여러 식물들이 눈에 잘 띄었고 덕분에 마치 야외 정원 가운데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기분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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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야키토리집 오프모먼트서울 탐방/알콜 2020. 5. 22. 00:33
합정역 7번 출구 쪽에 위치한 야키토리 가게 오프모먼트. 꼬치구이에 맥주 한잔이 그리울 때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곳이다. 갈 때마다 사장님이 즐겁게 맞아주는 곳이라 혼자 가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나면 언제나 기분 좋게 한잔하고 나올 수 있다. 반차를 쓰고 나온 날씨 좋은 오후, 오랜만에 김 선생과 함께 오프모먼트를 찾았다.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더니 우리를 못 알아보는 눈치였다. 메뉴판을 보면서 뭘 시킬지 고르고 실제로 주문을 할 때까지도 별 아는 체를 안 하시길래 '너무 오랜만에 와서 얼굴을 까먹었나 보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나서 마스크를 내리자 그때서야 사장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근데 정말 아마도 마지막 방문 이후로 반년이 더 지났을 것이다. 종종 앞을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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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리 와인 대잔치와 이로한 이야기서울 탐방/알콜 2020. 5. 20. 20:58
지난 글: 합정 바우리 처음 갔던 날 어린이날에도 다녀갔던 바우리. 요즘에는 인스타그램 덕에 업장의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나와 김 선생도 바우리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어린이날에 내추럴 와인 글라스 데이가 열린다는 것을 파악했다. 무려 열 종에 달하는 와인을 글라스로 열어 준다고 하니 안 갈 수가 없는 이벤트였다. 덕분에 해도 아직 안 떨어진 오후 네 시 반부터 줄곧 와인을 마셨다. 열 종 중에서 마시고 싶은 와인을 나름 엄선(?)하여 여섯 종으로 추려서 한 잔씩 마셨다. 졸리 페리올 펫낫이 단연 최고였다. 우리가 내추럴 와인에서 기대하는 쿰쿰, 시큼, 누룽지 느낌을 모두 갖춘 와인이었다. 게다가 탄산까지 있어서 청량한 기분을 더해 주어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아주 잘 어울리는 와인이었다. 메가블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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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마루 탭하우스에서 DOK 막걸리를서울 탐방/알콜 2020. 5. 19. 00:24
바야흐로 '내추럴' 알코올의 시대. 술꾼들의 취향이 점점 다양해지는 만큼 우리 전통주 막걸리 역시 새로운 맛을 찾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통주에 조예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래프트 맥주와 내추럴 와인의 애호가로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곳은 DOK 브루어리다. 막걸리 펍 7.8에서 이들의 막걸리 '걍즐겨'와 '뉴트로'를 접했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새롭게 등장하는 수많은 막걸리 속에서도 DOK의 막걸리는 기존의 크래프트 맥주 및 내추럴 와인 애호가를 사로잡을 만한 요소가 많이 있다. 실제로도 맥주 효모를 쓴다거나 드라이 호핑 방식을 차용하는 등 전통주와 맥주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술을 빚는다. 게다가 젊은 층에 어필할 만한 라벨 디자인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단점을 찾자면 브루펍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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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 바우리 처음 갔던 날서울 탐방/알콜 2020. 5. 16. 16:22
합정역 7번 출구 인근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홍대에 비해서 비교적 덜 붐비고 조용한 느낌이 드는 합정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7번 출구 쪽은 좀 더 특별하다. 뭐랄까, 메세나폴리스 쪽으로 가면 프랜차이즈 가게 뿐이고 그렇다고 5번 출구 쪽으로 가면 은근히 붐빈다. 적당히 조용하고 깔끔한 골목길이 이어지면서도 마음에 드는 가게로 가득한 7번 출구 쪽이 안성맞춤이다. 이 동네에 대한 사랑이 어디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만평이 아니었을까? 사실 바우리를 알게 된 경위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여느 때처럼 골목길을 지나치다 하마 그림이 귀여워서 눈에 띄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을 먼저 찾아보고 '내추럴 와인을 취급한다니 구미가 당기는걸?'이라 생각한 것 같기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