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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참고 사는 개발자 블로그입니다. 먹으러 다니는 거(특히 술...), 업무 보면서 정리한 거(특히 딥러닝 관련), 그 외 기타 등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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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지로 막걸릿집 7.8
    서울 탐방/알콜 2020. 5. 28. 00:46

    누가 이 간판을 보고 막걸릿집이라 생각할까요

     

     

    막걸릿집이라고 하면 두레박, 동학, 머루와 다래 같은 이름과 사장 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서울대입구 부근의 '잡' 같은 가게는 나름의 젊은 콘셉트로 막걸리를 선보였다. 오히려 당시의 우리나라 막걸리 씬이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이제는 '크래프트 정신'으로 빚는 우리 술이 많아지면서 막걸리도 점점 더 젊어지고 뚜렷한 개성을 지니게 되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막걸릿집 역시 새로워지고 있다. 전체 씬이 활기를 띠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치토스 맛이 났던 비빔밥과 바질 감자전

     

    (좌) 마시자마자 감탄을 연발했던 DOK 브루어리의 걍즐겨. (우)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전리품

     

    을지로에 위치한 7.8은 크래프트 정신으로 무장한 막걸리를 접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지난 글(보리마루 탭하우스에서 DOK 막걸리를)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는 곳이다. 사실 알 사람은 다 아는 '힙'한 가게이긴 하지만. 막걸리 라인업도 가격대와 맛의 차이를 고려해 적절히 짜 놓은 듯 보이고 식사와 안주거리도 제법 다양해서 원하는 대로 골라서 마시고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젊고 익살스러운 사람들이 운영을 하는 만큼 손님 입장에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특히나 그중엔 외국인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욱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 외국인이 막걸리의 매력에 빠져서 가게까지 냈다니? 막걸리로 국뽕을 느끼고 그 기분에 또 막걸리를 부르는 바람직한 선순환이다. 게다가 알렉스 형님은 너네 술 좋아하는 거 다 안다는 듯, 가게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샘플을 건네준다. 애주가로서 반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두어 시간만 앉아 있어도 아마 샘플로만 족히 한 병은 마실 것만 같다.

     

    어쨌든 막걸리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술이 아니다. 막걸리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더욱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막걸리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누군가에겐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진화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7.8에만 해도 대략 막걸리가 20종 정도는 있을 텐데 적어도 하나쯤은 입맛에 맞지 않겠는가. 다만 언제나 주량을 지키며 마실 것을 권한다. 실제로 이날 김 선생은 부어라 마셔대더니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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