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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지로 유카네 - 을지로 일본식 주점
    서울 탐방/알콜 2020. 7. 22. 00:41

    포렴이 있는 곳은 언제나 환영이야

     

    그동안 벼르고만 있던 을지로의 일본식 주점 '유카네'에 방문했다. 술집임에도 특이하게 토요일과 일요일에 휴무라서 쉽게 갈 수 없었다. 네이버 지도에 나온 설명을 보면 "음식연구가 유카상이 을지로에 새로 오픈한 일식주점. 맛난 일본식 안주와 다양한 일본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라고 쓰여 있다. 사장님이 음식 연구가라니.... 게다가 '새로' 오픈했다는 건 원래 하던 다른 가게가 있다는 걸까나. 자세한 건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이날은 운이 좋았다. 가게 밖의 안내판에 준비 중이라고 되어 있길래 언제부터 영업 시작인지 물어보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화들짝 놀라더니 지금 영업 중이라며 들어오라고 했다. 심지어 딱 2인 테이블 하나 빼고 모두 예약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예약만 잘 하면 수월하게 방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준비 중이라 쓰여 있는 바깥 안내판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을 것 같다. 우리가 입장한 뒤에 들어왔다가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는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다.

     

     

    메뉴판에 있는 요리는 전부 맛있어 보였다.... 선택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항상 궁금했던 수제 야끼 교자를 일단 고르고, 식사 대용으로 먹을 만한 녀석으로 야끼소바를 골랐다. 술은 에비스 생맥주로. 뜻밖에도 교자와 소바 모두 건강한 맛이었다. 내 입맛에는 간이 적당했다. 아니 교자는 심지어 나에게도 간이 약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보통의 술안주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당황스럽지 않으려나. 어떻게 이토록 인기도 많고 평도 좋은지 미스터리였다. 의외로 술자리에서 건강한 맛을 원하는 이들이 많은 걸지도? 야끼소바는 막상 일본 여행에 가서도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는데 여기서나마 대리만족을 한 기분이었다. 가쓰오부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그 맛이 두드러지지 않고 잘 녹아들어서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맥주 각 1잔을 금방 비워서 맥주 한 잔이랑 진저 하이볼을 하나씩 더 시켜서 마무리했다.

     

    사장님은 아주 친절한데 일본인이다보니 자꾸 '한본어'를 사용하셔서 괜스레 웃음이 났다.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숫자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장사를 오래 하셔서 그런지 한국말로도 제법 능숙하게 전화번호를 듣고 말하길래 놀랍기도 했다. 마지막 계산할 때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대왕 계산기다. 사진으로는 감이 잘 안 잡힐 수도 있는데 정말 거대하다. 알고 보니 가게에 포스기가 없이 주문을 수기로 받은 뒤 마지막 계산할 때에 저렇게 손님에게 합계 금액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일본이 아날로그를 좋아한다지만 2020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시스템을 보게 될 줄이야. 어쩌면 이것도 을지로의 힙함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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