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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버(Sober) - 삼각지 맥주 마시기 좋은 곳
    서울 탐방/알콜 2020. 10. 9. 13:23

    최근 무섭게 떠오르는 동네 삼각지. 삼각지 쪽 상권이라 하면 일찍이 효창공원역 방향으로 '열정도'가 자리 잡고 있었고, 신용산역 방향의 골목을 따라 '용리단길'이 들어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예 한강대로 큰길을 따라서 개성 있는 가게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휩쓸고 간 동네를 뒤로하고 이제 바야흐로 삼각지에도 새로운 태동이 감지되고 있다!

     

    이날은 용리단길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기 위해 소버(Sober)에 방문했다. 사실 이런 가게가 생긴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파브(Fav)'라는 삼각지 내추럴 와인 비스트로의 인스타에서 발견했다. 바로 옆집에 비슷한 업종의 가게가 들어서는데도 환영을 해 주는 쿨한 모습이었다. 

     

     

    깃발 간판이라니 너무 멋지다. 유럽의 골목길에 있을 법한 펍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막상 내부는 굉장히 모던 + 심플한 분위기로 꾸며 두었다. 이미 예쁜 전용잔도 잔뜩 준비해 놓았고 메뉴판도 깔끔하게 잘 뽑아져 있었다(사진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오픈 기간이라 준비가 미흡했던 건 사실이다. 메뉴판에는 가격이 잘못 기재된 맥주도 있었고, 정작 문의를 했을 때 실제로는 준비되어 있지 않은 맥주도 있었다. 그리고 안주 라인업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차피 안주야 안 먹을 셈이었으니 괜찮다 쳐도 맥주의 선택폭이 좁아진 건 좀 아쉬웠다. 그래도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는 맥주로 추려서 주문을 했다.

     

     

    하나는 크래프트브로스의 페일 에일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원더 페일 에일이었나. 하나는 카브루 청담의 와일드 세종. 원더 페일 에일은 무난하고 드링커블한 헤이지 PA로 보면 되겠고, 뜻밖에도 카브루의 와일드 세종이 아주 인상 깊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신 맛이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마치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듯한 맛이었다. 그러면서도 한국 맥주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벨기에스러움까지 잘 뽑아낸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 모금 들이키고 났을 때 예상치 못하게 입안에 감도는 누룽지향까지 생각보다 너무 완벽한 맥주였다.

     

    잔 사진을 보면 왠지 야장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벽이 완전 통유리라서 그렇다. 그래서 실제로 밖에서 먹는 착각이 들 정도다. 퇴근 시간이라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조금 민망했다. 다음에 가면 바 자리에 앉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또 하나 미흡한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코스터였다. 원래 코스터를 그리 신경 쓰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막상 이렇게 없으니까 은근 불편했다. 이렇게 아쉬운 점들이 몇몇 있었으나 가오픈 기간이니만큼 얼마든지 눈감아줄 수 있다. 오히려 삼각지 초역세권 수준의 위치에 이런 힙한 크래프트 맥주집이 생겼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주인장이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맥주 라인업을 짤 것으로 기대가 되는 곳이다. 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더 맛있는 맥주를 많이 들여오길 바란다. 그리고 내추럴 와인도 소량 취급하는 듯하다. 나도 맥주를 오래 마셔서 그런지 와인 쪽보다는 맥주 쪽 사람의 추천이 아무래도 더 잘 맞을 때가 많았기에 와인 셀렉션도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이름이 'sober'인 게 아이러니하다. 게다가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로 구분되어 있다. 기만자들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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